정지와 윤서의 방

<정지와 윤서의 방>, 노방에 과슈, 아크릴, 실, 가변설치, 2024
<정지와 윤서의 방>, 노방에 과슈, 아크릴, 실, 가변설치, 2024
<정지와 윤서의 방>, 노방에 과슈, 아크릴, 실, 가변설치, 2024

정지와 윤서의 방

한윤서

Yoonseo Han

모든 엄마와 딸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가 아닐까.

하나의 몸이었던 엄마와 나는 이제 두 개체로 하나의 공간에 서로 존재한다. 

모호하고 복잡한 감정의 파편들은 늘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을 부유한다.

그녀가 부재한 공간을 볼 때, 나는 비로소 그 존재를 느낀다. 

늘 가까이 있기에 느낄 수 없었던 뒤섞인 감정들은 빈 방 구석구석에 녹아 흐른다. 그리고 그 감각들은 허공에 부유한다. 

<정지와 윤서의 방>은 ‘엄마(정지)’의 방과 ‘나(윤서)’의 방을 소재로 견고한 물리적 공간을 해체하고, 시적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가장 가까운 타자인 그녀를 통해 나 자신을 마주한다.

천장으로부터 길게 늘어진 반투명의 천은 서로 겹치고, 또 비치며 감정의 막을 만든다.

파편화된 감각의 형상들은 수직으로 곧게 뻗은 직선의 공간 위로 집산되어 다층적인 관계를 나타내고, 이내 흘러내리며 뒤섞인다.

그렇게 부유하고 흘러내리고 뒤섞인다. 

그러나 결국은, 서로를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