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

<D42> 캔버스에 아크릴, 콜라주, 97.0 x 130.3 cm, 2023

D42

조준하

Jun-Ha Jo

마인크래프트, 러스트, 콜 오브 듀티 5 등등, 내 유년기를 떠올려 보면 그 시절을 함께 했던 게임들이 떠오른다. 진짜 너무 재미있었는데.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구어낸 요새, 그리고 우리의 요새를 적들로부터 막아낸 영광스러운 전투들과 동료애가 있었다. 매일 학교가 끝나면 아무 생각 없이 컴퓨터를 키고, 과자를 먹으며 몇 시간이고 게임을 즐긴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내일은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그 세계에서 살아있음을 느꼈고, 내일이 너무나도 기다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은 내게 이전과 같은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내 삶이 특별히 바뀐 것도 아닌데,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밤을 새던 요새는 이미 무너져 있고,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연락이 뜸해진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 서버조차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서버를 운영하던 사람이 군대를 가게 되어 서버를 닫는다고, 미안하다고

그렇게 지금에 이르러 그 디지털 세상의 감성이 그리워졌다. 문득 그 사람들과 그곳에서 함께했던 그 즐거움과 짜릿함,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져 그 옛날 했던 마인크래프트를 몇년만에 다시 설치해 플레이 해봤다. 긴 세월이 지나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는 따라잡을 수 없이 방대해졌고, 혼자서도 할 게 넘쳐나는데, 어째서 초등학교 컴퓨터실에서 몰래 했던 그때보다 즐겁지 않은걸까? 거기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같은 사람과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은 절대 느낄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거기서, 그 기억들을 이미지로라도 재현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동료들과 함께 했던 모험, 좌절, 흥분, 환희, 절망들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낸다. 작품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절대 평온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게임에 대한 추억은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희노애락의 극단들, 사람이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그런 감정들, 그게 내가 기억하는 그 때의 게임이다. 감상자들이 이 작업들을 보고, 내가 그토록 찾아 해매던 그 시절의 편린에 잠깐이나마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에게 알리고 싶다 비록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하더라도, 지금은 없어졌을 그 세상에 우리가 있었다는 걸. 우리가 지나간 모험과 우리가 이루어낸 기적이 있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