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만지는 방법





빛을 만지는 방법
조윤영
Jo Yunyeong
vnfdlv023@naver.com
joyunyeong_
작업은 빛을 만지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햇빛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서 햇빛을 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영원히 통제 불가능한 태양을 머리 위에 두고 살아야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하다. 제어가능한 인공 조명과 달리 태양은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이다. 만질 수 없는 빛.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보려 한다.
우리가 서있는 이 건물 위, 옥상은 지상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장소이다. 그곳에 놓인 실시간 캠 네 대는 동서남북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의 빛은 실내에 있는 네 개의 빔프로젝터를 거쳐 바닥에 내리쬔다. 하늘은 바닥에서 다시 하나가 된다. 발바닥은 투명판의 표면과 닿아 지면을 짓누르고, 그에 따라 천장에 반사된 빛은 울렁이며 왜곡된다. 이 빛의 추상적 형상은 가늠할 수 없는 흐름으로 움직인다.
빛은 디지털과 현실에 동시에 현현한다. 태양으로부터 출발해 실시간 캠을 거쳐 전시장 내부 빔프로젝터로 변환된 빛. 이것을 햇빛이라 할 수 있을까. 디지털 속 납작한 이미지와 울퉁불퉁한 현실의 연결은 얼마나 매끄러울까. 신체에 닿는 감각은 시각에서 촉각으로 이어지고 다시금 서로의 영역을 넘나든다. 그 사이에서 나타나는 착각은 반복 끝에 실감이 될까. 결국 빛을 만지려는 시도는 성공할까. 모든 것은 마침표 없는 물음으로 가득하다. 이 공간은 빛의 물질성에 대한 실험이자 나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