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나리토리: 회귀의 극장

<메나리토리: 회귀의 극장>, 면천에 아크릴, 황마 원단, 225×430cm, 2024

메나리토리: 회귀의 극장

정성아

SungA Jung

우리의 삶이 아주 오래된 신화를 따라 반복되고 있다. 마치 동일한 각본을 가진 채, 배우만 바뀌어 재연되는 극처럼 말이다. 무당이 되어 당금애기의 삶을 되풀이하는 할머니의 자매들, 신이 된 조상들과 현재의 중축이 되는 그들의 사건. 우리 삶의 원형이 되는 고대의 서사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신화와 겹쳐 보이는 현재의 순간을 연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해 보고자 한다.

 <메나리토리: 회귀의 극장>은 밧줄로 연결된 회화와 황마로 짜인 무대막으로 구성된다. 극적인 대비와 하이라이트, 납작한 구도와 배경은 이것이 하나의 연극 무대임을 암시한다. 회화 속 요소들은 각자의 오래된 상징을 담으면서도 현재의 경험과 맞물려 교차한다.

 후예后羿 전설에 등장하는 열 개의 태양은 가로 4미터의 너비로 그려져 과보夸父의 장면을 유도하고, 부르델의 헤라클레스는 이웃한 벽에 놓인 <장승의 머리>를 겨냥하며 우로보로스의 구조를 띤다.

 <비가비>와 <장승의 머리>는 연극의 소품인지, 배우인지 모를 애매한 위상으로 이러한 신화적 공간 앞에 존재한다. 동떨어진 벽에 걸린 <장승의 머리>는 반복되는 서사 구조 속에서 우리가 차지할 위치에 관해 묻는다. 배경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채, 공중에 매달린 <비가비>는 현대적 존재가 신화적 지위에 도달할 가능성을 가늠하며, “우리는 언제쯤 신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