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태




의태
오호연
Hoyeon Oh
manloetheplasterer
<의태>는 시멘트의 물성으로부터 지지체/회화 양 측면의 가능성을 탐구한 결과이며, 건축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담았다. 그림에 시멘트를 적용하는 일은 직접 그리는 이미지만으로는 그리려는 건축물의 색과 질감을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멘트는 반죽을 원하는 형태로 펴발라서 굳힐 수 있기 때문에 사각형 화판에 비해 조각의 성질도 겸하고, 그 자체로 물성이 눈에 드러난다. 흰 벽을 배경 삼아서 더 크게, 다양한 조각을 조립하듯이 배치할 수 있어 작업 면적에 비해 더 큰 규모의 조형성을 조직하기 수월해졌고, 시멘트 표면에 따로 물감을 칠하지 않고도 그 색이 이미 그림의 일부로써 기능하게 할 수 있다.
건축은 여러 개념과 물질이 의태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집은 마치 사람처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람이 소비하는 돈과 노동력을 먹어서 신축되고, 재개발된다. 사람에게 그것들을 바치게 해서 성장하고 번식하려는 공생생물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인간이 자기를 돌보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의지가 없는,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으로 의태할 뿐이다. 시멘트를 비롯한 건축재가 일정한 질서 아래 모여 건물의 형상을 이루는 것도, 그리고 시멘트 벽면 위에 건물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의태”라는 비유 아래 하나로 묶일 수 있다. 그 자체로는 건물처럼은 보이지 않는 시멘트 표면이 사람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집의 전체 모습을 흉내낸 무늬를 드러낸다. <의태>라는 제목은 작업과 실제 건축물이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여러 차원의 의태를 포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