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

<홍은동>, 캔버스에 아크릴, 2024

홍은동

소지원

Jiwon So

작품의 대상이 되는 장소는 내가 집에 가기 위해 매일같이 지나쳐야 하는 곳이다. 어떠한 사유로 인해 재개발이 철거 단계에서 멈춰있는 장소여서 이 부근을 지나칠 때마다 시간도 함께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 앞 (서대문구 홍은동)의 재개발 현장은 철거 중인 빌라와 사람이 거주하는 빌라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게 붙어있다. 언덕진 골목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빌라들과 폐허가 된 빌라들을 지나치면서 모든 건물의 기반이 되는 적갈색 벽돌이 정겨웠다. 사람이 사는 빌라에서는 아파트와는 달리 문과 초인종이 특색있는 모습이며, 태극기, 소화기, 우산, 빨랫대 등 삶의 흔적이 드러나는 사물들을 집 안이 아닌 밖으로 꺼내놓은 모습이 어릴 때 내가 살았던 장소의 향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게 바로 옆의 철거 현장에서는 빌라의 적갈색 벽돌의 기둥 부분만 남아있었다.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문은 파괴된 채로, 재개발 구역의 출입을 막고 있는 천이 그 장소에 접근할 수 없게 막고 있어서 더 이상 사람의 온기를 짚어볼 수 없었다. 애매하게 철거된 상태로 쓰임을 잃은 빌라의 계단,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풍경에서 쓸쓸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