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입춘대길
박정현
Park Junghyun
gwsoniap@gmail.com
@maeil_hyunmibap
우리는 흔히 동작하는 이미지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동시에 정적인 이미지가 서서히 변화했음을 인식했을 때 세월의 흔적을 포착하며 여러 감정을 느낀다. 그중에는 공간이 모든 시간을 수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받는 일종의 경외감, 삶에서 당연한 줄 알았던 공간이 유한해질 수 있겠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불안감 등이 있다.
유년 시절부터 오갔던 아버지의 공장은, 나에게 타성에 젖은 익숙한 공간임과 동시에, 시간이 흐르지 않는 별세계였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공장 안에서의 시간은 외부와 다른 법칙으로 흘러간다. 작동하는 기계와,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변화로서의 의미를 상실하지만, 대신 정적인 이미지 -가동되지 않는 오래된 기계 부품, 녹슬어 쓰임을 다하고 바닥에 쌓여가는 무게 추, 또 쌓여가는 실밥과 흘러내리는 기름때 등-이 초침과 분침으로 기능한다.
나는 아버지의 리본 공장 속 정적인 장면을 기록하면서, 그곳에 쌓인 역사와 서사를 재구성하고자 한다. 고정되어 있는 회화 이미지는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낸다. 움직이는 이미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조용히 고여있는 모습을 받아들이며 공간의 이야기는 다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