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Come Hard Go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나무 판넬에 광목, 콘테, 파스텔, 찰필, 97 x 97cm, 2024

Hard Come Hard Go

김혜리

Kim Hyeri

광목 천의 씨실과 날실 사이로 콘테와 파스텔 가루가 배어들며, 후면의 화면 위에 옅은 물감층이 나타난다. 흐릿한 이미지의 잔상은 아지랑이처럼 떠오른다. 화면 위에 스며든 것은 느린 시간의 궤적이다. 광목 천 위를 찰필로 꾹꾹 눌러 가루가 자리 잡도록 하는 이 되새김질 같은 움직임 속에서, 시간이 남긴 흔적은 희미할지언정 형상을 간직하고 있다. 점점 빠르게 생성되고 쉬이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나는 굳이 느리고 흐리고 또 고된 방식으로, 지나가는 것들의 미세한 흔적을 붙잡아 두고자 한다. 마치 차를 우려내듯, 돌이키며 다듬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비로소 뚜렷해지는 순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