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창신동


관찰: 창신동
김예슬
Yeseul Kim
sjysk1120@naver.com
@ys_01s2
집 근처 산 위에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가던 공원이 있다. 산 정상쯤에 늘 가던 그 장소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동네의 전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나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곳과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에는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시원함과 해방감이 좋았던 것 같다.
어느 때에는, 변화가 귀찮은 나에게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주변 세상이 버겁기도 하였는데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세세한 것이 조금씩 바뀌더라도 큰 틀은 그대로라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는, 어느 집의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떤 건물이 새로 생겼는지와 같은 세세한 변화를 살필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작은 부분들이 모여 풍경 전체를 이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변화를 거듭하며 개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그러나 나름의 규칙과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존재하는 이 도시의 모습이 좋았다. 빽빽한 건물들은 제각각이면서도 서로 닮았고, 무작위로 나열된 것 같으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자세히 뜯어 보면 끝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저마다의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다.
작업을 할 때 수많은 선과 면을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가 앞서 언급한 작은 것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도시의 속성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풍경에서 느꼈던 정서적 만족감, 세밀한 부분에서 오는 아기자기한 재미, 또 전체 화면에서 나타나는 시원하면서도 다채로운 분위기를 작품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