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하는 물



순환하는 물
김시은
Sieun Kim
siguri1231@g.skku.edu
<순환하는 물>은 500m의 우레탄 호스를 꼬아 수직으로 쏟아낸 줄기의 군집이다. 순환(循環), 즉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과정은 무한히 연결되는 우레탄 호스와 그 안에서 도는 물을 연결 짓는다. 특정 목적지 없이 순환하는 구조가 목적이 우선되지 않는 행위를 만나 관계를 맺고 확장할 수 있을까.
우레탄 호스는 개성과 쓰임이 뚜렷하다. 투명하고 유연한 몸체는 이동하고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준다. 호스는 반복적으로 묶이고 엮이면서 시작과 끝이 혼재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호스 속 물은 무한히 순환한다. 결국 유체를 이동시키는 호스의 행위는 유지되지만 전달하려는 목적은 사라진다. 목적 없이 유영하는 물의 흐름은 눈 앞에 뚜렷이 반사되며 물과 호스의 관계를 투명하게 가시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