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금는 자리/머금은 결









머금는 자리/머금은 결
김규림
Gyurim Kim
kim9r2m@naver.com
@_ramswork
포용성을 지닌 호수가 서서히 소멸하고 있다.
소멸의 흔적은 오히려 그 본연의 형상을 드러낸다. 이 호수가 생기고 사라지는 흐름을 그려내며 마음의 무게를 덜어낸다. 이 덜어내기는 물결을 오랜 시간 관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이렇게 무언가 받아들인 후, 삼키거나 뱉는 행위 사이 머금는 순간에 주목하여 시간의 궤도를 담는다.
물결의 잔상을 추적하고 그 끊임없는 움직임을 분채와 석채로 옅게 쌓아낸다. 물감을 다시 물로 닦아낸 순간 맺히는 물감 찌꺼기를 남긴다. 반복적인 그리기 행위는 마치 등고선처럼 여러 겹의 층을 만들어낸다. 이 층은 화면과 마주한 시간의 깊이를 은유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법은 화면에서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허문다. 즉, 모든 요소를 오롯이 관찰할 수 있는 자리다.
탁 트인 시야로 호수를 바라본다. 그 시간을 머금으며 자신의 내면을 가벼이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