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 어스름 녘



비자림, 어스름 녘
금혜선
Hyeseon Keum
khyeseon01@gmail.com
숲에 들어서면, 세상이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숲 속의 나무와 그 뿌리, 연약한 풀과 돌은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서부터 느껴지는 깊은 시간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비자림의 어스름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눈을 감고 숲의 향기를 맡는다. 그 향기는 무겁지만 경쾌하고, 부드럽지만 강렬하다. 그 속에서 현무암들은 마치 잃어버린 소원을 간직한 작은 섬처럼, 고요한 어스름 속에 스며들어 있다. 그들은 비자림을 지키는 수호자일까, 숲이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일까.
자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순간들, 그 순간들이 내게 스며드는 고요함과 잔잔한 위안은 나의 작업에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릴 때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그 무언가를 보는 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는다. 그렇게 풍경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