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연작

Work Series 1 - 6

<중고 연작 1-월요일 12시 반 양현관 앞>, 장지에 아크릴, 116.8×91.0cm, 2024
<중고 연작 2-금요일 3시 혜화역 2번 출구>, 장지에 아크릴, 116.8×91.0cm, 2024
<중고 연작 3-오늘 저녁 8시 창경궁로 33길 45-4>, 장지에 아크릴, 116.8×91.0cm, 2024
<중고 연작 4-오늘 저녁 7시 반 나온시어터 앞>, 장지에 아크릴, 116.8×91.0cm, 2024
<중고 연작 5-수요일 4시 15분 창경궁로 240-29>, 장지에 아크릴, 116.8×91.0cm, 2024
유기 의자 드로잉, 종이에 아크릴, 각 29.7×21cm, 12점, 2024

중고 연작

권하정

Kwon Hajeong

의자의 사물-됨이란 평평한 좌석과 땅을 딛고 선 튼튼한 다리, 사람을 앉힌다는 목적 자체에 있다. 의자의 재질, 다리의 개수, 팔과 등받이의 여부, 좌석의 모양까지 의자를 둘러싼 시각 정보는 의자를 완성한다. 그 자리에 앉은 적 있을 전 주인이 의자를 허물처럼 남기고 떠난다. 하늘과 수평한 좌석은 채워야 할 빈 자리처럼 보인다. 의자가 사람을 앉히지 못해도 여전히 의자일 수 있을까.

 〈중고 연작1~6〉은 중고 의자가 직거래 장소에 놓일 때 그 의자의 ‘의자다움’을 발견하려는 그림 실험이다. 골목길에서, 혜화역 앞에서, 주택 현관에서, 소극장 앞에서 거래된 의자는 난데없는 야외 풍경에 놓인다. 이 의자는 나무일 수도, 가죽일 수도, 철제일 수도 있다. 발에 바퀴가 달려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모든 정보를 지닌 의자와 처음 마주한다. 한 장의 종이 위 박제된 장면은 거래자 ‘나’를 경유한 의자의 첫인상이다.

 의자는 화면 중앙에 놓여 있다. 앞을 보기도 하고 뒷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의자를 향한 시선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중고 거래라는 사건으로 인해 어떤 장소에 도착한 의자는 ‘앉히기’가 아닌 다른 목적을 달성한다. 이 낯선 순간에서 의자의 말과 표정을 찾는다. 빛바랜 색이 의자에 남은 손때와 어렴풋한 세월을 닮아가길 바랐다. 거래하기-찍기-그리기-전시하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유일함이 발견된다고, 오랫동안 지켜보았을 때 간신히 들리고 보이는 것이라고 믿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