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인간








초록인간
권예송
Yesong Kwon
rnjsdpthd@naver.com
@singsangssong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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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인간은 외계인을 닮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고 평범한 일상을 겉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하기 위해 형광색 뿔을 빼곡하게 달았다. 그러나 마우스 커서에 따라 일그러지는 초록인간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진다. 초록색 크로마키 옷은 초록인간을 어디로든 이동시킬 것만 같다. 초록인간이 자연스레 뒤섞일 수 있는 곳으로, 이방인이 아닐 수 있는 곳으로.
2
초록인간이 움직이지 않고 크로마키 판을 들고 서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초록인간을 쳐다본다. 초록색 판은 화교학교로 연결된다. 평화롭고 잔잔한 화교학교의 모습은 한국 학교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화교학교에는 국적이 다른 부모를 가진 2세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를 번갈아 쓴다. 언제든 사라질 위험을 가지고 있는 사자춤의 몸짓은 격렬하고 분주하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화려한 사자탈 속에서 같은 걸음을 뗀다.
초록인간은 어디에 설 수 있을까.